[ 루가노에서 체르마트 가기 ]
2014.8.4. 월요일, 체르마트로 이동하는 날.
루가노에서 체르마트로 가기가 여간 까다롭지 않다.
예약필요 없고 환승이 적은 열차편을 고르다보니 07:37 출발하는 열차편을 택했다.
열차편을 놓친다면 더욱 불편해지니 신경이 쓰였을까, 이른 아침 눈을 떴다.
루가노 역으로 올라가는 버스를 기다려 타고
루체른 행 열차를 기다린다. 루체른 행을 타고 가다 Goschenen(괴쇠넨)역에서 내려 환승해야 한다.
괴쇠넨에서 비스프로 가는 Gornetgrat Gotthard Bahn 열차로 갈아탔다.
브리그에서 체르마트로 가는 열차로 다시 환승.
스위스 전역에서 체르마트로 가기 위해선 Visp에서 환승하는 게 보통이다.
왜냐하면 Visp-Zermatt 구간은 Gornergrat Gotthard Bahn이라은 사철이 운행되는 구간이기 때문이다.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역명을 적은 팻말의 색깔이 파란색과 빨간색으로 다르다.(스위스 국철역은 파란색, 고르너그라트 고타드 반 선의 역은 빨간색이다.)
Gornergrat Gotthard Bahn 라인은 스위스 남쪽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열차편인데
괴쇠넨에서 비스프까지 그리고 브리그에서 체르마트까지 열차편을 운행한다.
우리는 루가노를 출발하여 루체른으로 가는 국철을 이용해 이동하다가 괴쇠넨에서 바로 이 빨간색 열차로 갈아타고 비스프를 향해 온 것이다.
브리그에서 체르마트까지는 또 다른 열차를 이용해야 하는데 브리그 다음역인 비스프까지 가지 않고 체르마트로 가는 열차의 출발점인 브리그에서 갈아탔다.
이렇게 비스프를 지나 체르마트로 간다.
그동안 비가 참 많이 내렸나 보다. 전에 들렀을 때보다 물의 양이 많이 불었다.
반갑다, 체르마트.
고르너그라트 산악열차 역(왼편)과 체르마트 역(오른편)
고르너그라트 전망대를 기대하며 걷는 산뜻한 발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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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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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읽지 않아도 되는 환승 에피소드 *
루가노를 출발한 열차가 조금씩 늦어지더니 급기야 중간역들을 떠나는 시간이 5분이나 지난 시각이다.
우리가 괴쇠넨에 내리면 브리그로 가는 열차로 갈아타야 하는데 환승텀이 고작 4분이다.
그런데 우리를 태운 열차는 근심없는 소처럼 여유를 부리며 가는 걸음이 느리기만 하다.
우리는 그 등에 올라타 온갖 불안한 상상에 빠져 들어갔다.
조금이라도 빨라지기를 기도하며.
하지만 괴쇠넨에 내린 시각은 이미 5분이 늦은 상태.
부랴부랴 캐리어를 끌고 플랫폼을 달린다.
플랫폼에 열차는 한대도 없고 따사로운 햇살 아래 대여섯 명쯤 되는 역무원이 의자를 둥글게 놓고 앉아 한담을 나누고 있다.
너무 여유롭고 멋진 풍경, 사진에 담아 두고플만큼 인상적인 모습이었지만 마음 한쪽으로 불안이 가득하다. 사진기를 꺼내 들 마음의 여유는 아예 없다.
상황을 묻기 위해 역사 안을 들여다 보는 순간, 역사 안에 있던 역무원이 잽싸게 뛰쳐 나오며 역사 앞으로 나가라고 다급한 손짓을 한다.
역사 옆 통로로 앞쪽을 내다보니 거기에 빨간 열차 한대가 미소짓고 있다.
덩달아 내 얼굴도 밝은 웃음으로 환해졌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리를 잡고 앉으니 열차는 마치 제시각인양 미끄러져 간다.
괴쇠넨을 출발점으로 하는 열차는 루가노에서 올라오는 손님을 기다렸다 태우고서야 갈 길을 가는 셈이다.
지금도 다급했던 그 때를 생각하면 숨이 차오르는듯 하다.
보통 스위스 열차편은 아주 많아 차분하게 다음 열차를 기다려도 되지만 이 구간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애탈 수밖에 없었던
그 때 상황은 지금도 흥분의 가쁜 숨을 진정시켜야 할 것처럼 생생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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